빈자리
부드러운 얼굴에 무서운 선생
'니 그림은 정지 돼 있어 너는 니 환상에서만 산다 그림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그만두거라 '서울 떠나는 마지막 날 새벽 ,날 불러 놓고 아버지가 하시던 말 그때는 그런 혹독한 말이 왠지 고깝게 들리지 않았다 ,너무 섭섭 할 때는 '무감각'해지는 거겠지 .우리 아버지가 날 ,'빌빌 '하는 당신 딸을 보면서 참 얼마나 한심 했을까 ?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가시는 마당에 나한테 하고픈 말이 무진장 이었을거다 ,보통때보다 백배 더 농도짙은 신랄한 ,온 정내미 다 떨어지는 말,독설이란 독설은 다 꺼내어 ,뱉어놓고 가고 싶으셨을거다 !난 다 안다 ㅡ아버지가 한심하단눈으로 날 훔쳐볼때 의 표정을,돌아선 내 뒷꼭지에 느껴지는 아버지의 시선을 ,,,,,,이그으 저거 쯔쯔쯔....
삼베두루마기를 곱게차려입고 꽃신을 신고 평온히 누워 계신 아버지 .염을한 아버지의 크다란 손이 수의밑으로 삐져나와 축 처져있다..
◦ 아버지는 이제 가시고 없다 ..'빈자리'...아버지 앉아계시던 자리는 이제 비었다 ...후에 나는 아버지 상정에 이 그림을 올렷다 . '빈자리'는 그때 어머니가 붙여주신 '토'다.
권 이나 2016
'신부 '
여기도 얼굴 ,저기도 얼굴 ,내 눈에 보이는 건 오직 얼굴 뿐 ,얼굴은 가는 곳 마다 나를 따라 다닌다 ,구겨진 종이 ,깨진 석고 조각 ,어둠속 ,땅속 ,물속 ,꿈속,어딜가도 항상 얼굴이 있다 ,칙칙한 캠퍼스에 희미한 붓자국이 보인다 ,저 안에도 얼굴이 있다 ,저 얼굴 뒤에도 또 얼굴이 있다 ,얼굴 안에 얼굴이 ,얼굴 뒤에 또 얼굴이 ,수 많은 얼굴들이 내 눈 앞을 잇따라 지나간다
,나는 다시 덧칠을 해갔다
,천천히 얼굴이 나온다 ,뿌연 원 속에 누군가가 보인다 ,상이 조금 흐리다 ,초상은 눈을 반쯤 뜨고 멀리서 보아야 한다 ,초상은 뒤로 물러나 볼수록 더 또렷이 보인다 ,저게 누구인가 ?누가 저건가 ?,얼굴을 많이 만드는 사람은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라 한다 ,그럴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상처가 얼굴을 만들게 하는 지도 모른다ㅡ가슴에 든 '멍',그 멍의 '표적'을 남기기 위해 ...초상속의 얼굴은 가만히 보면 말을 한다,잘 살펴보면 ,그 안의 손도 그리고 또 눈도 뭐라고 말을한다,초상은 그래서 '눈 '말고 '귀'로 들으라 말하나 보다 ........
권이나 에세이 '신부' 중에서
Villejuif 2018
'어미의 환상 '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엄마의 긴 다리 ,나는 이 다리를 기억한다 ,나에게는 늘 어려웠던 엄마의 존재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불쌍한 엄마 ㅡㅡㅡ,,,,나는 나의 온 '촉 '을 동원해서 두 손을 부벼가며 열심히 주물럿다 ,꼬맹이적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날 볼까봐 난 할머니 다리를 이불 속에 숨어서 주물럿엇더랫지 ....바로 그때 ,'이 뜨끈뜨끈하고 부드러운 손이 누구손이냐 '?그러면서 엄마가 물끄러미 나 있는 쪽을 바라 본다 -정 어린 부드러운 눈길로 ,엄마의 그런 온화한 얼굴을 나는 처음 본다 ,몸이 풀리니 기분이 나아지셧나보다,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는데 따뜻한 손의 주인이 누구건 ,굳이 알바가 있는가 .나는 길게 대답 않고 계속 발가락을 주물럿다....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본 엄마의 시선이었다,,,,,,깡마른 엄마의 발목 ...이리 축난줄 알지 못하고 ..이런 내가 딸이라니 ,나같은 애물단지가 !갑자기 엄마가 너무나 불쌍하다 !나는 엄마의 차가운 발가락 사이에 내 열 손가락을 끼워서 기도하며 주물럿다 ,문책 하듯이 아니 애무하듯이 ,,긴 세월 맺히고 맺혓던 응어리들,설움 원망 저주 분노 모두 다 털어 ,언 엄마의 몸을 꾹꾹 주물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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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달리는 순간까지 치댓던,'아리랑'이라는 토를 달고 시작했던 이 그림 . 암세포 전이의 진전상태를 시시각각 전해들으며 긴장 속에 맘 조이면서 작업을 하는 동안 색도 선도 변해갔다 .춤사위 하얀고깔이 검정이 되더니 너울대던 긴 소매가 지워지면서 꺼먼 작대기가 나타났다 ,그 작대기 에 누가 매달려 간다 ,점점 정지하는 아리랑의 율동 ,그래선지 칙칙해 ,발치에 금가루를 발랐다 -더는 '아리랑'이 아니다 ....나와 엄마 사이에선 책이 한 권 나올거라 떠들었던 나 ,결국 그 책이 그림이 되었다 .오늘내일하시는 엄마를 병원에 두고 멀리떠나 와서는 제 작업에다만 온힘을 쏟아붓고있는 나....죄짓는 마음,나는 이 시각 불효하고 있다는 생각 ,이 캔버스를 앞에 두고 착잡한 심정으로 내 안에서 엇갈렸던 무수한 감정의 파노라마들을 엄마는 들으실까 ?이 안에 찬 나의 절규를 ?
나는 감히 '효'를 논햇엇지 허면,이 그림은 차라리 내 '식'의 '효'가될 수도 있지 않은가 ?...율동이 정지 되어 버린 '아리랑 ',내가 어머니에게 드리는 마지막 '선물 "....ㅡㅡ이 그림은 어머니 사 구제와 한 날 한시에 바다건너 어느 전시장에 걸렸다 ,나는 그날 ,양지 바른 금곡 ,아버지묘 옆에다 엄마를 나란히 묻고서 친지들과 함께 모여 분향을 했다 ,향 몇가치에 불을당겨 갓덮은 흙위에 얹고나니 왠지 ,아니 나도모르게 그자리에서 무릎이 꿇어 진다 ,절을 한다는게 ,언 돛자리 위에 엎드려 얼굴을 파묻고 그냥 머리를 조아린다 ....속이 찡 하니 뭔가가 내 가슴을 죄어온다, 아프다 -가슴이 ,꼭 ,찢어질 것 처럼 ,아프다 못해 아리다 ,너무 아리다 ...나는 머리를 수그렸다 ,정말 난생 처음으로 진심으로 !진정 사죄하는 마음으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이것 뿐이었다,난 여지껏 그것도 몰랐다 ,그만큼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기가 막혔다 ....언 땅 언 비석 ,'이곳에 쉬다'라 적힌 쓸 쓸한 내 부모의 묘 ..그 앞에 펄썩 주저 앉아 소릴내어 울기엔 ,나자신 너무 면목이 없었다 ,눈물도 안 나왔다 ,오히려 화가 났다-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외쳤다 ,할 수 없이 속으로 ,그치만 마음으로 ,소리 죽여 ,아니 숨도 죽여 ㅡ
아부지! 엄마 !
고맙습니다!
권이나 2017ㅡ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