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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S on Artist

'내인생은 쩜쩜쩜'  권 이나,  수필 김 향남 평

권이나는 화가이자 수필가. 에세이스트 에 2년 넘게 그림과 글을 연재하고 있다 .자신이 그린 그림과 그에 부친글로 이루어진 말하자면,글과 그림이라는 그녀의 예술세계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셈인데,무대가 무대인 만큼,독자들의 반응은 아무래도 그림 보다 그 쪽으로 더 기울어진 듯하다.

필자가 평 하고자 하는 대상 역시 그림이 아니라 글이다.그녀의 그림은 어둡고 칙칙한 무채색의 이미지들로 꽉 차 있어,오래 들여다 보아야만 비로소 윤곽이 잡히는,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물론 첫 눈에 단박 느낌이 왔다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불투명한 색채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 내기란 쉽지 않다.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찾아는 형상은 간결하고 심플하지만,매우 강렬하고 의미심장한 인상을 남긴다.어둡고 우울하고 잔뜩 뭉개진 배경 속에 내밀한 슬픔에 잠겨 있다.*'화가의 혼'이 그렇고 *'어머니의 초상'이 그렇고 *'꽃잎사귀'나 *'달밤'또한 그러하다. 그림에 부친 그녀의 글들 역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우선 그녀의 글에는 문법과는 상관 없는 글 로서의 자유로움이 있는가 하면,원색적이고 정치 한 어휘들에서 내면을 뒤흔드는 에너지가 발휘되기도 한다. 그러나 형식은 내용이 앞선다는 말에 비추어 보자면,그녀의 글에서 과연 무엇을 취해야 할지가 모호해진다. 형식인가 내용인가 문법인가 의미인가 구태여 따질 필요가 있기는 한가 ? 

글쓰기라는 게 그렇다.그것은 말과 달라서 정혜진 규정을 준수 해야 하는 구석이 따른다 .규정이라는 것 그에 맞춰 쓰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맞춤법을 따라야 하고,띄어쓰기를 잘 해야 하고,문장 부호 또한 적절 해야 한다.그래야 하고자 하는 말이 제대로 통한다는 얘기다. 벗어나면 감점이다 .권이 나는 규정을따르지 않는 구어의 문투 로써 타격을 구사한다.규정을 따르지 않는 것이나 입에서 나오는 대로 쓰는 것이나 모두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글을 쓰는 것도 결국은 누군가와의 소통을 염두에 둔 것이니,되도록 구어에 가깝게 쓰는 것이 좋고,딱딱하게보다 자유로운 것이 좋지만,글이라는 건 사실 말과 다르다.아주 정교하고 섬세한 생각을 말로 표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녀의 글쓰기는 기본에 충실한 자들에게는 대략 난감이다.그러기는 책의 편집장도 마찬가지였을터,

* "점이 조금 많은데요 ? 그리고 너무 반복이 되는 듯 합니다.또 점의 길이도 너무 깁니다,조금 줄이셔야겠습니다 .더 짧게요. "

"짧게 라면 어느 정도를 ? 하면 한 번에 몇 개 인데요 ?"

"표준치는 원래 세 개 입니다"

"세개?..네 알겠습니다 " ㅡ생전 처음 글을 실을수 있게 된 날,편집장님과 주고 받은 대사이다.*

생전 처음 글을 싣게되는 날,편집장과 주고받은 대화가 압권이다.편집장과 당황한 그녀사이에 눈에띄게 긴장감이 흐른다.기성과 신예의 충돌이 예민하게 포착된다.기존의 규칙을 따르라는 편집장의 요구와,규정이 뭔지 모르는 신 예의 얼떨떨한 대꾸가 순간 웃음을 유발한다.하지만 당황한 그녀의 다음 말을 들어 보라 ,

"초 마다 변하는 내 생각,내 머릿속 저 까닭모를 불안을, 그 주저와 머뭇거림을 점 세개로 압축 하라 측량을 하라 ...?"

초마다 변하는 생각 까닭 모를 불안 수없는 주저와 머뭇거림 그것들을 어떻게 점 세계로 압축 하란 말인가 .이쯤 되면 헐하게 웃었던 웃음을 그만 거두어 드릴수밖에.겸손한 그녀는 편집장의 요구대로 원고를 고쳐 보지만 이번엔 쉼표가 너무 많다고 하고, 대신 그 자리를 벌려놓으면 또 새로 쉼표가 찍혀돌아 온다.그러나 아무리 겸손해도 그렇지 이번엔 '

'어느 미친놈이 지가 정해놓은 쩜 세 개의 공간에 영문도 모르고 말려들어 모든 감정을 억제해가며 하나 둘 충성스레 점을 세고 있는 자신에 분노가 치밀어,기준에 안 어긋나게 표준어로 또렷이 ,기호의 양도 정확히 측량해서 완벽에 가까운 새 원고를 보냈더니 글쎄 이번엔 편집장이 기권 이란다! ."이나 선생님선생님 저는 기권 했습니다 " 

결국 편집장과의 줄다리기는 그녀의 승으로 끝났다.그것도 쾌승.이렇게 해서 그녀의 글쓰기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되었는데,기권 이라는 말에는 어쩐지 김도 빠지고 서운하다.하지만 그녀는 망설임 없이 선언한다 '공자님 께서 하신 말씀 혹 아시는가 ㅡ'말은 통하면 그 뿐이라'는?' 공자의 말씀으로 왈가왈부 오갔던 그동안의 공방을 일거에 마치고,내 인생은 아마도 ' . . . '이라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더이상 토 달필요 없이 깔끔한 일갈이다. 말은 통하면 그 뿐 이라는 말이 공자의 말씀 이건 아니건 위대한 성현의 이름을 끌어와 한마디로 종결짓는 통쾌한 어법이다.그녀의 문법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편집장이 기권을 하고 말하듯이 그녀의 문법은 그녀의 문법 대로 알아 주면 되는 거다. 우리는 비로소 권이나의 문법을 이해했다.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그녀의 인식에 기꺼이 동의 하고야 만다.

*'사지가 흙으로 덮인 후에도 쩜쩜쩜 은 계속될, 마침 보다 쉼 이 더 많은 삶. 좋아도 궂어도 내 인생,이 내 인생은 더도 덜도 아닌 아마도 ' . . . ' ㅡ 쩜 쩜 쩜. 허벌라게 많은 의문들의 답도 못 찾고 마침푠 커녕 몇 만개 점이 되어 몇 겁을 허공에서 저 하늘의 별처럼 둥둥 떠 다닐거다...

'인생'그 자체가 '점'의 연속 인것을, 그 사이 어디에 끼어있을 나 . 나의 삶은 분명 그런 긴 긴 쩜 쩜 쩜.........' *

누군들 수많은 의문들에 답을 찾았겠는가.답을 찾기는 커녕,갈수록 의문투성이인 것을 .그런 의문투성이 의 인생을 점 하나로 해결할 수는 없다.긴긴 점만이 둥둥 허공을 떠다닐 뿐이다.마무리 하자면,내 인생은…은 그간 발표한 글들에 대한 일말의 변론 이자 창작론,혹은 인생론에 가깝다.수많은 점들은 인생에 대한 끝나지 않는 의문의 기호이고 인생은 점 의 연속이다.긴 긴 의문,긴 긴 점의 연속. 인생에는 파격의 자유가 있다. 권이나에게는 그 자유가 있고 그것을 누릴수있는 권리도 있다.'점점점'이 아닌 '쩜쩜쩜'의 권리... .그리고 그건 당신의 권리이기도 하다.

 

에세이스트 66 호 

수필 '내 인생은 쩜 쩜 쩜' 김 향남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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